사기극이 이렇게 감정적일 수 있을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유쾌함과 상상력에 한국 드라마만의 정서와 복수 서사를 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대답이 바로 이 작품이다. '컨피던스맨 KR'은 원작을 재현한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원작을 토대로 다른 결의 이야기를 구축해 낸 '한국형 케이퍼 드라마'로 진화한 것이라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 주의: 컨피던스맨 JP 에피소드별 요약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목차
■ 컨피던스맨 KR
■ 원작과의 차이
컨피던스맨 KR: 감정이 더해진 한국형 케이퍼
1-1. 드라마 개요 및 배경
2025년 9월 TV조선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컨피던스맨 KR'은 일본 인기 드라마 '컨피던스맨 JP'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다. 사기극이라는 장르적 틀은 동일하지만 이를 해석하고 풀어내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원작이 다코, 보쿠 짱, 리처드라는 개성 강한 3인조가 펼치는 유쾌한 에피소드 중심이라면 한국판은 윤이랑, 제임스, 명구호라는 캐릭터들이 감정과 복수를 중심에 두고 스토리를 이끈다.
장르는 케이퍼 드라마 즉 사기극이지만 멜로와 스릴러 그리고 심리극이 얽혀 있다. 일본판이 밝고 경쾌하다면 한국판은 밝고 경쾌함 위에 감정의 파고를 얹었다고나 할까!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리듬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서늘하거나 뭉클하게 감정선을 건드린다.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도 동시 공개 중이다.
1-2. 주요 등장인물 소개

윤이랑 (박민영)
'컨피던스맨 KR'의 중심은 윤이랑이다. IQ 165, 천재적 두뇌와 완벽한 변장술을 지닌 베테랑 사기꾼이지만 그녀를 움직이는 동력은 돈이 아닌 '복수'. 어린 시절의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분노가 그녀를 집요하게 만든다. 박민영은 특유의 단단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윤이랑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매 작전마다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한다. 사교계 셀럽부터 간병인, 검사, 투자 전문가까지- 윤이랑의 얼굴은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그 눈빛만큼은 진심을 숨기지 못한다. 복수를 넘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는 진심이 거기 있다.
제임스 (박희순)
윤이랑의 오른팔이자 전직 경호원 출신인 제임스는 팀의 전략과 행동을 조율하는 인물이다. 무게 중심을 잡는 박희순 특유의 중후한 연기가 제임스의 캐릭터에 신뢰를 더한다. 강인한 외모 속에도 윤이랑과 공유하는 과거의 아픔이 있고 무력함 속에서 함께 싸워나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윤이랑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직시하는 동료이자 때로는 정신적 버팀목이 되는 존재다.
명구호 (주종혁)
막내 사기꾼 명구호는 인간미를 담당한다. 정의감 넘치고 순수한 청년이지만 점차 현실을 배우며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간다. 단순한 초보 사기꾼이 아닌 성장형 인물이다. 그가 겪는 혼란과 선택은 시청자에게 도덕적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윤이랑 방식에 대한 반문을 만들어낸다. 주종혁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연기가 팀 내 유일한 감성적 균형점 역할을 하며 전개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원작 '컨피던스맨 JP'와의 차이점은
'컨피던스맨 JP'와 '컨피던스맨 KR'의 기본 뼈대는 같지만 그 살을 채우는 방식은 다르다. 일본식 유희극을 한국식 감정 서사로 재해석한 결과 두 드라마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2-1. 캐릭터 중심 차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결이다.
원작 JP의 주인공 다코는 통통 튀는 자유로운 성격의 '천재 사기꾼'이다. 그녀는 명확한 과거나 트라우마 없이 돈과 쾌락을 위해 작전을 즐긴다. 한마디로, 인생 자체가 게임이고 사기다. 반면 KR의 윤이랑은 완전히 다른 톤이다. 그녀 역시 다채로운 인물로 변장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 이면엔 복수와 상처라는 깊은 서사가 깔려 있다. 감정의 결이 분명하고 복수를 위한 목적의식이 그녀를 움직인다. 사기는 그녀에게 '도구'이며 그 끝엔 감정의 정산이 기다린다.
보쿠 짱(히가시데 마사히로)은 JP에서 정의감 넘치는 '양심 캐릭터'로 다코의 계획에 늘 반기를 들며 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이에 비해 KR의 명구호(주종혁)는 '성장 서사'를 담당한다. 처음엔 순진하고 정의롭지만 작전을 통해 점차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제임스(박희순)와 리처드(코히나타 후미요)도 성격이 다르다. 리처드는 유머러스하고 신사적인 중년 사기꾼으로 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면 제임스는 냉철하고 과묵한 과거 군인 출신으로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한다. 윤이랑의 복수와 가장 밀접한 과거를 공유한 인물로서 더 복합적 감정선을 갖고 있다.
2-2. 서사 구조와 전개 방식
'JP'는 명확한 에피소드형 드라마다. 매 회차마다 전혀 다른 타깃과 테마를 중심으로 한 단편적 구조로 시청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사기의 기술과 과정, 반전의 재미가 중심이다.
'KR'은 그와 조금 다르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이긴 하지만 인물의 감정선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연속 서사의 구조를 갖는다. 윤이랑의 과거, 제임스와의 인연, 명구호의 변화가 축적되어 이야기 전체의 긴장감이 누적된다.
또한, JP는 기본적으로 유희적이다. 사기극 자체가 '놀이'처럼 표현되고 다코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볍고 유쾌하게 움직인다. 반면 KR은 훨씬 무게감 있는 전개를 택했다. 각 작전 뒤에는 억울한 피해자, 구조적 부조리, 인간의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사기의 목적 자체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응징'이 되며 감정적으로 깊어진다.
2-3. 연출과 분위기
시각적인 차이도 분명하다.
'JP'는 현실보다는 비현실적 설정에 가까운 톤을 유지하며 분장과 설정이 만화적인 분위기를 띤다. 반면 'KR'은 윤이랑의 다양한 페르소나와 분장을 현실성 있게 연출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KR에서 분장은 단순 위장이 아니라 감정을 숨기기 위한 '마스크' 기능도 한다. 매번 다른 얼굴로 등장하지만 그 안엔 숨겨진 진심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또한 JP는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각 회차가 다코의 기지와 유쾌함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 제기보다는 해프닝에 가깝다. KR은 부동산 투기, 의료 재벌, 정치 스캔들 등 현실적인 사회 이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 안에 '사기극'을 집어넣는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의 과거사는 JP에선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KR은 윤이랑과 제임스, 심지어 명구호까지 '왜 이들이 사기를 치는가'에 대한 배경을 부여해 설득력을 높였다. 시청자는 그들의 작전이 아닌 인물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컨피던스맨 JP 시즌 1 요약 (1화~10화)
'컨피던스맨 JP'는 회차마다 색다른 타깃과 주제를 다루며 유쾌하고 통쾌한 사기극을 선보인다. 매회 펼쳐지는 다코 팀의 치밀한 작전과 반전은 물론 그 이면에 담긴 사회 풍자와 인간 심리까지 가볍지만 절대 얕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등장인물

다코 (Dako)
본명, 나이, 가족사 등 모든 것이 미스터리. 다코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살아간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와 극장판을 통해 그녀가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으며 그로 인해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게 된 사실이 드러난다. 그 배신의 상처가 지금의 천재 사기꾼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만든 핵심 동기다.
보쿠 짱 (Boku-chan)
본명은 히가시데 마사히로. 과거엔 엘리트 은행원이었다. 정직하고 정의로운 성격 탓에 회사의 부정을 고발하다가 조직에서 배척당하고 쫓겨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한 그는 우연히 다코와 만나 사기꾼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끝까지 양심과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다.
리처드 (Richard)
본명은 리처드 히로미. 과거 고급 백화점의 점장이었으나 경영 악화로 해고당한 뒤 사기꾼이 된다.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세련된 매너를 지닌 신사 캐릭터지만, 누구보다 냉정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인물. 과거의 실패와 외로움이 지금의 유연한 사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시즌 1 에피소드별 요약
1화: 고드파더 편
첫 타깃은 야쿠자와 연계된 대기업 회장 아카호시. 그는 일본 재계를 장악한 악명 높은 거물이다. 다코는 국세청 조사관으로 위장해 그의 자금 세탁과 탈세를 이용한 함정에 빠뜨린다. 한탕주의적 삶을 고집하는 다코와 정의감에 불타는 보쿠 짱은 초반부터 충돌하지만 작전이 성공하며 팀워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코 특유의 허무맹랑한 작전이 실제로 먹힌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첫 회.
2화: 리조트 왕 편
대기업 리조트 체인 대표 사쿠라다는 지역 상권을 짓밟으며 확장을 일삼는 냉혈한 기업가다. 다코는 해외 재벌의 딸로 위장해 투자를 제안하고 지역 여관 주인과 연대해 사쿠라다를 속인다. 보쿠 짱은 사쿠라다의 부하로 잠입해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리처드는 부동산 감정사로 위장한다. 결국 사쿠라다는 거짓 정보를 믿고 투자에 실패하면서 사회적으로 몰락한다. 지역 상인들은 여관을 지켜내고 다코 일행은 도망치듯 사라진다.
3화: 미술상 편
다코의 타깃은 유명 미술평론가 죠가사키. 그는 위작을 진품이라 속여 거액을 챙기고 신진 작가들을 짓밟는 인물이다. 다코는 정체불명의 천재 화가로 위장하고 리처드는 경매사 보쿠 짱은 비평가로 각각 역할을 맡는다. 위작과 진품 사이의 가짜 논란을 연출해 죠가사키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그가 스스로 가짜 작품을 진품이라 인증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그는 사기 혐의로 몰락하고 다코 일행은 짭짤한 이익과 함께 미술계의 위선에 일침을 놓는다.
4화: 영화 마니아 편
식품 대기업 대표이자 영화광인 나카타니는 식중독 사고를 은폐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화 제작에 뛰어든다. 다코는 해외 감독으로 보쿠 짱은 시나리오 작가로 리처드는 프로듀서로 위장해 접근한다. 팀은 가짜 수상 경력 그리고 유명 배우 출연 계약서까지 조작해 나카타니의 환심을 사고 가짜 수상작 상영회를 기획한다. 동시에 과거 사건을 폭로할 내부 고발자도 만들어낸다. 나카타니는 투자 실패와 이미지 실추로 자멸하고 다코 일행은 고액의 계약금을 챙겨 떠난다.
5화: 슈퍼 닥터 편
악덕 병원 이사장 낸시는 돈만 밝히는 사기 의사.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고가 수술을 권하며 병원을 운영한다. 다코는 미국에서 온 의학계 권위자로 위장하고 리처드는 유명 투자자로 접근한다. 보쿠 짱은 환자 보호자 역할로 병원 시스템을 경험한다. 이들은 '슈퍼 닥터'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루머를 퍼뜨리고 낸시가 다코의 가짜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낸시는 가짜 수술 시연을 믿고 병원 명성과 돈을 잃는다.
6화: 고대 유적 편
문화재를 철거하고 상업지구로 개발하려는 건설업자 마츠야마가 타깃. 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한 채 개발 이익만을 추구한다.
다코는 고고학자로 변장해 유적의 가치를 과장하고 리처드는 학술 기관 인사로 지원을 약속한다. 보쿠 짱은 마을 주민으로 녹아들어 그들의 지지를 얻고 가짜 유물까지 제작한다. 결국 마츠야마는 문화재 파괴범으로 몰려 개발 사업이 무산된다. 이 에피소드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에 대해 묻는다.
7화: 가족 편
재벌가의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 자식들이 상속을 위해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는 중 다코 일행은 상속인으로 위장해 끼어든다. 이 과정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와 인간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주제가 드러난다. 보쿠 짱은 진심으로 유산을 포기하라는 충고를 하지만 다코는 그보다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결국 유언장은 조작되고 다코 일행은 재산 일부를 챙기며 사라진다. 다코 특유의 '정은 주지 않는다'는 철학이 드러나는 회차.
8화: 미의 카리스마 편
리처드가 알고 지내던 호노카는 성형외과 CEO 미노베 미카의 회사에서 파워하라(직장 내 괴롭힘)로 병을 얻고 퇴사했다. 호노카는 리처드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코 팀은 미카에게 사기극을 펼친다.
다코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후계자로 위장해 전설의 화장수 '벤텐미즈'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한다. 미카는 허영심에 이를 고가에 구매하고 미용 콘테스트에도 다코를 참가시켜 우승시키며 광고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덫. 주간지에 미카의 갑질이 폭로되고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호노카는 위자료를 받고 사이다 복수를 이룬다.
다코 팀은 큰 이익은 못 봤지만 또 다른 타깃을 노리며 유쾌하게 사라진다.
9화: 스포츠 편
IT 재벌 카츠라는 지역 스포츠팀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유화하고 있었다. 팀 해체 위기 속에서 다코 일행은 가짜 농구단을 꾸려 카츠라에게 접근한다. 보쿠 짱은 선수로 위장하고 다코는 투자 중개인으로 카츠라의 관심을 끈다. 고의로 구단 인수전을 만들어내고 카츠라가 가짜 팀에 거액을 투자하게 만든 뒤 선수들의 동정 여론을 일으켜 사기를 완성한다. 카츠라는 여론 악화와 재정 손실로 팀을 잃고 몰락하고, 진짜 팀은 지켜진다.
10화: 최종회
보쿠짱이 마음을 준 여성은 정체불명의 사기꾼 하치마키. 이 사실이 밝혀지며 팀은 큰 충격을 받는다. 다코는 하치마키가 자신이 예전 속였던 인물임을 알게 되고 팀은 잠시 해체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하치마키를 상대로 마지막 대역전을 준비하며 이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하치마키를 꺾은 뒤 다코, 보쿠 짱, 리처드는 다시 모여 다음 작전을 예고한다. 마지막까지 반전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완벽한 피날레.
'컨피던스맨 KR'은 단순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감정선과 현실성 그리고 시각적 완성도까지 더해진 한국형 케이퍼 드라마로 재해석되었다. 원작의 웃음 뒤에 숨은 슬픔과 분노를 포착했다.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더 강하게 시청자의 마음을 훔친다. 사기보다 진심, 돈보다 정의. '컨피던스맨 KR'은 그래서 더 흥미롭고 더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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